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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cissistic Vulnerability and the Formation of the True Self: An Original Seed–Based Model of Experiential Structure

초록

본 연구는 자기애적 병리가 개인의 의지나 성격 특성의 문제가 아니라, 초기 조율 경험 속에서 형성되는 원초적 경험 구조인 ‘Original Seed’가 특정한 생존 방식으로 경직화된 결과라는 점을 제안한다. Seed는 정동·감각·관계적 리듬이 최초로 조직되는 층위이며[24,25], 조율 실패가 반복될 때 정동 협소화, 과민한 관계 반응성, 반복적 대인 패턴과 같은 자기애적 취약성이 나타난다[28,30].

Seed의 경직화는 표상 이전 수준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해석이나 인지적 통찰만으로는 변화되지 않으며[9,17], 변형은 치료 장면에서 재현되는 조율 실패의 순간을 분석가와 환자가 함께 견디는 상호주관적 경험 속에서 이루어진다[10,11,57]. 이러한 경험이 축적되면 Seed 구조는 점차 재조직되고, 존재적 방향성(Value)이 자연스럽게 발아한다[60,61].

본 연구는 Seed–Horney–Kohut–ACT를 하나의 연속선으로 재구성하여, 자기애적 병리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를 통합적으로 설명한다. Horney는 Seed 경직화의 패턴을 지도화하고[28], Kohut은 변형이 일어나는 공감적 조건을 제공하며[30,31], ACT는 변형된 방향성이 행동으로 실현되도록 심리적 유연성을 지원한다[32,62]. 이러한 통합적 관점은 자기애적 문제의 핵심이 방어가 아니라 경험 구조의 경직화에 있으며, 변화는 새로운 관계적 조율의 내면화를 통해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본문

1. 서론

임상 현장에서 관찰되는 우울, 불안, 반복적 관계 갈등, 자기애적 취약성은 표면적으로는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기저에는 개인이 세계를 경험하고 조직하는 고유한 방식, 즉 ‘경험의 형식(form of experience)’이 자리한다[1–4]. 전통적 정신역동 개념인 방어, 갈등, 전이는 이러한 경험의 형식이 이미 조직된 뒤에 나타나는 2차적 표현일 가능성이 크며[6], 정작 임상적으로 중요한 질문은 ‘왜 특정한 방식으로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는가?’이다. 기존 이론들은 경험의 기원적 층위를 부분적으로 설명해 왔지만, 정동·감각·관계적 리듬이 최초에 어떻게 결합되고, 어떻게 굳어지며, 어떤 조건에서 다시 변형될 수 있는지에 대한 통합적 구조는 부족했다[9–12,18,19].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Original Seed’ 개념은 이러한 간극을 메우려는 시도로, 초기 조율 경험 속에서 형성되는 경험의 발생 구조를 하나의 임상적 단위로 재정식화하고[24,25], 이 구조가 경직화·변형·가치 출현으로 이어지는 연속적 변화를 설명한다[53,57,60].


2. Seed의 개념적 구조

Seed는 정동, 감각, 관계적 리듬이 미분화된 상태에서 얽혀 있는 경험의 원형적 구조로, 초기 상호조율이 이 구조를 확장하거나 제한하는 발달적 기반을 형성한다[11,24]. 안정적 조율은 정동 흐름의 통합을 촉진하지만, 조율 실패의 반복은 Seed를 생존 중심의 ‘협소한 조직 원리’로 제한한다. 이는 이후 임상에서 관찰되는 패턴의 기원적 배경으로 기능한다.”

Seed의 핵심 의의는, 기존 이론에서 단편적으로 논의되던 경험 발생 요소들을 임상적으로 활용 가능한 단일한 구조로 통합한다는 데 있다. Bion의 O는 경험 이전적 실재를 강조했으나[9] 임상적 변형 조건을 구체화하지 못했고, Ogden의 analytic third는 상호주관적 출현의 순간을 포착했으나[10] 그 발달적 기반은 다루지 못했다. Seed는 이러한 간극을 보완하며 경험 발생–경직화–변형의 연속적 과정을 재정식화한다[53].


참자기와 Seed 구조: O와 관계경험의 발생적 통합

정신분석에서 ‘참자기(true self)’라는 개념은 학파에 따라 상이한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Winnicott는 참자기를 환경의 조율 속에서 발현되는 자발성의 원천으로 보았고[4], Horney는 이를 신경증적 자기 왜곡 너머에 존재하는 성장 가능성으로 이해했으며[5,28], Kohut은 적절한 자기대상 경험에 의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건강한 자기 구조로 설명하였다[30,31]. 그러나 이들 개념은 참자기의 본질이 무엇으로 구성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충분히 통합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본 연구의 Seed 모델은 이러한 난점을 보완하며, 참자기를 “타고난 잠재태(O)와 초기 관계 조율 경험이 결합해 형성되는 발생적 구조”로 재정식화한다.

Bion이 제시한 O는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잠재적 실재이자, 상징화되기 이전의 원초적 가능성의 영역으로 이해된다[9]. 그러나 O는 그 자체로 경험이 아니며, 관계 속에서 조율될 때 비로소 감각·정동·리듬을 지닌 경험적 단위로 변환된다. Seed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즉 Seed는 O가 초기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을 통과하면서 경험 가능한 형태로 조직된 최초의 구조이며, 정동적 결, 관계적 기대, 감각-리듬의 패턴이 동시에 얽혀 있는 발생적 기반이다[11,24]. 이러한 Seed의 형성 방식은 동일한 부모 아래서 자란 형제들이 매우 다른 성격 구조를 발달시키거나, 동일한 유전적 잠재태를 가진 쌍둥이가 서로 다른 양육 환경에서 전혀 다른 성향을 보이는 임상적 현실성과도 부합한다[25,52].

이러한 관점에서 참자기란 “왜곡되지 않은 본래의 자아”라기보다, O가 관계적 조율 과정 속에서 Seed로 조직되고 발달해 나가는 생동적 경험 구조의 연속선이다. 다시 말해, 참자기는 Seed가 충분히 조율된 환경에서 발아할 때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경험적 자기이며, 특정한 정체성의 고정된 실체라기보다 정동·감각·관계적 리듬이 살아 있는 방식으로 조응하는 과정이다. 이 정의는 Winnicott적 “자발성”[4], Horney적 “성장 방향성”[28], Kohut적 “건강한 자기 구조”[30]를 모두 포괄하면서도, 이전 이론들이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던 참자기의 발생 조건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결국 참자기는 타고난 잠재태(O)[9]가 초기 관계 경험을 통과하며 Seed로 조직되고 발달하는 과정을 통해 이해될 때 가장 임상적으로 설명력이 높아진다.


3. Seed 경직화와 변형의 임상 과정

Seed 경직화는 반복되는 조율 실패와 과부하·방치·과자극과 같은 초기 관계적 불균형에서 기원한다[25]. 이렇게 형성된 경직화 구조는 임상에서 정동 폭의 축소, 관계적 과민성, 반복적 상호작용 패턴, 자기애적 취약성 등으로 표현되며, 이는 보다 표면적인 방어기제 이전의 층위에서 작동한다[30]. 이러한 이유로 인지적 통찰만으로는 변화를 이끌기 어려우며, Seed가 재조직될 수 있는 경험 조건이 치료에서 핵심이 된다[17]

Seed 변형은 해석이나 조언이 아니라, 치료 상황에서 재현되는 조율 실패의 장면을 분석가와 환자가 함께 견디는 상호주관적 경험 속에서 일어난다[57]. 이때 Bion의 negative capability가 구현되고[9], Ogden의 analytic third가 형성되며[10], Stern이 말한 ‘함께 살아내기(living-with)’의 경험이 발생한다[11]. 이러한 새로운 조율 경험은 점차 내면화되며 Seed의 정동·관계 구조를 재조직하고 정서적 유연성과 자기감의 연속성을 확장한다[53,58].


4. Horney–Kohut–ACT의 통합적 위치

Seed 관점에서 Horney, Kohut, ACT는 각각 경험 변화의 서로 다른 층위를 다루며, 실제 임상에서는 이 세 이론이 시간적·발달적 순서를 이루는 구조로 통합된다.

Horney의 이론은 Seed 경직화가 임상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포착해주는 지도 역할을 한다. 순응(moving toward), 공격(moving against), 철수(moving away)의 세 가지 경향은 단순한 성격 양식이나 대처 전략이 아니라, Seed가 반복된 조율 실패 속에서 형성된 생존 중심 조직 방식을 행동적·관계적 층위에서 드러내는 표지들이다[28]. 즉, Horney는 ‘무엇이 문제인가’를 설명하기보다 ‘경험 구조가 어떤 방식으로 왜곡되어 나타나는가’를 보여주는 기능을 한다.

특히 중요하게 재해석해야 할 지점은 Horney의 ‘통찰(insight)’ 개념이다. Horney가 말한 통찰은 인지적 명료화나 해석의 이해가 아니라, 자신의 패턴이 관계 속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를 감정적으로 실감하는 과정에 가깝다[28,64]. 이는 Seed 모델이 강조하는 ‘언어 이전적 경험 구조는 해석만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명제와 충돌하지 않으며, 오히려 경직화된 Seed의 패턴을 임상 현장에서 탐색하기 위한 현상학적 지도 역할을 한다.

Seed 관점에서 보면, Horney의 세 경향은 Seed 경직화의 대표적 표현 양식이며, 이 패턴들에 대한 탐색은 Seed의 구조가 어떻게 ‘생존 기반’으로 조직되어 왔는지를 이해하게 해준다. 이때 Horney의 모델은 변형을 일으키는 메커니즘 자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변형이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필요한 ‘구조적 위치 파악(map-making)’을 제공한다. 즉, Horney는 Seed 변형의 전(前) 단계에서 경험 구조의 반복적 양식을 식별하고, 이후 Kohut적 공감·안정화가 그 패턴의 정동적 뿌리를 담아낼 수 있게 하는 발판을 마련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Horney는 Seed 모델 안에서 단순한 이론적 병렬이 아니라, 경직화된 경험 구조를 드러내고 탐색하기 위한 핵심적 임상 단계로 재위치된다. 다시 말해, Horney는 ‘Seed가 어떤 방식으로 굳어졌는가’를 이해하게 하고, Kohut은 ‘그 Seed가 어떤 조건에서 변형되는가’를 설명하며, 둘은 변형의 연속 과정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한다

Kohut은 시선을 병리의 기원에서 자기애적 발달 과정 자체로 이동시키며, 적절한 자기대상 경험이 어떻게 자기 구조를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복원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30,31]. Seed 관점에서 보면, Horney는 이미 경직화된 Seed가 어떤 패턴으로 세계를 조직하는지를 보여주고, Kohut은 Seed가 다시 발아·강화되기 위해 어떤 종류의 조율과 자기대상 경험이 반복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ACT는 그 이후의 층위에서, 이렇게 재구성된 Seed가 만들어내는 방향성이 실제 삶의 선택과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실천적 모델로 자리 잡는다[32]. 경험 회피 감소, 심리적 유연성 강화, 가치 기반 행동은 변형된 Seed가 실제 삶에서 구현되도록 돕는다[32,33,60].


5. 자기통합 수준의 임상적 의미

자기통합 수준은 Seed와는 별개의 개념으로, 정동 조절·자기–타자 경계·자기감의 연속성과 같은 자기 기능 전반을 평가하는 임상적 지표이다[35]. Seed가 경험 발생의 기원적 구조를 설명한다면, 자기통합 수준은 현재의 기능적 안정성을 나타내며, 치료자가 어떤 개입을 어느 층위에서 우선적으로 적용할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따라서 치료에서는 Seed의 구조적 경직화와 환자의 자기통합 수준을 함께 고려해 개입의 순서와 강도를 조정해야 한다.낮은 자기통합 수준에서는 원시적 방어가 우세하고 자기–타자 경계가 불안정하므로, 해석보다는 Kohut적 공감·안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30,37]. 중간 수준에서는 Seed 경직화가 반복적 관계 패턴으로 나타나며, Horney적 패턴 탐색, Kohut적 안정화, Seed 변형, ACT 실천이 자연스럽고 효과적으로 결합된다[28,29]. 높은 수준에서는 ACT가 즉시 효과를 보이며, Seed-level의 미세한 왜곡은 Horney·Kohut적 개입으로 조정할 수 있다[31].


6. Seed-Based Protocol: 자기통합 수준에 따른 치료 순서

Seed의 경직화는 경험이 특정한 생존 중심 방식으로 조직되고 굳어지는 과정을 의미하며, 자기통합 수준은 환자가 현재 어느 정도의 정동·관계 조절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두 지표는 개념적으로는 별개이지만 Seed의 경직화가 심해질수록 자기통합 수준이 저하되는 임상적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Seed는 정동·감각·관계적 리듬이 미분화된 초발생 구조이기 때문에, 과도한 정동 자극이나 관계적 압력에 쉽게 압도되거나 파편화될 수 있다. 이러한 과자극은 Seed의 경직화 구조를 급격히 활성화시켜 공격·순응·철수 같은 생존 중심 패턴을 즉시 불러오고, 반복 enactment와 정서적 단절을 촉발하여 변형의 가능성을 오히려 차단한다. 자기통합 수준은 이러한 과자극을 견딜 수 있는 기능적 안정성을 결정하며, 자기통합이 낮을수록 Seed 과자극에 더 쉽게 취약해진다. 따라서 치료에서는 Seed가 감당할 수 있는 자극의 ‘창(Window of Tolerance)’을 유지하면서, 환자의 자기통합 수준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새로운 경험이 구조적 변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동적 강도와 조율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낮은 자기통합 수준에서는 Seed가 쉽게 불안정해지고 파편화되기 때문에, 해석이나 패턴 탐색은 오히려 Seed를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37]. 이 수준의 치료는 Kohut적 공감·안정화가 절대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며[30], 분석가는 자기대상적 기능을 통해 환자가 관계 속에서 안전감을 경험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경험이 누적되어 정동적 안정이 확보되어야만, 비로소 제한적 범위에서 Horney적 패턴 자각이 가능해진다. ACT는 더욱 신중하게 적용해야 하며, 가치 탐색이 아닌 최소한의 현재 인식·회피 인식 등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요소만 사용할 수 있다[32].

중간 자기통합 수준에서는 Seed가 기본적으로 유지되지만 특정 관계 상황에서는 쉽게 경직화되기 때문에, 반복되는 패턴이 임상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난다[28]. 이 단계에서는 자연스럽게 Horney–Kohut–ACT의 치료 순서가 작동한다[27]. 먼저 Horney적 탐색을 통해 환자가 자신의 관계 패턴을 안전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하고[28],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정동적 취약성을 Kohut적 공감·조율로 담아주어야 한다[30]. Seed 변형이 일정 수준에서 일어나면 방향성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며, ACT는 이 방향성을 실제 행동으로 안정적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33]. 이 단계는 세 이론이 가장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수준이다.

높은 자기통합 수준에서는 Seed가 비교적 안정되어 있어 ACT 개입을 초기부터 적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32]. 다만 기능 수준이 높더라도 Seed-level의 미세한 왜곡은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으므로, ACT만으로는 충분히 포착되지 않는 관계적 불균형을 Horney·Kohut적 개입으로 조정해야 한다[28,31]. 이러한 병렬적 조정은 행동 변화의 깊이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국 Seed 기반 프로토콜의 핵심은 환자의 자기통합 수준을 정확히 평가한 뒤, Seed 변형이 일어날 수 있는 적절한 순서와 경험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Chapter 7. Seed 변형의 임상 메커니즘

Seed 변형은 단순한 통찰이나 기술적 해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변화가 아니라, 환자가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의 구조적 재편성을 의미한다[53]. 이는 정동이 흐르는 방식, 타자를 느끼는 감각, 자기감의 연속성이 새롭게 짜이는 과정으로, 특정 개입보다 분석가–환자 간에 형성되는 상호주관적 장(field)이 변화의 주된 매개가 된다[55].

임상 초기 enactment는 흔히 저항이나 비건설적 행동으로 해석되지만, Seed 관점에서는 오히려 환자 경험 구조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다[56]. 분석가의 침묵을 ‘버림’으로 경험하거나 질문을 ‘비난’으로 느끼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 아니라 Seed가 세계를 조직하는 자동적 패턴이 작동한 결과이다[55]. 따라서 enactment는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살아나는 관계적 경험이며, Seed 변형의 출발점이 된다.

Seed 변형은 분석가가 성급한 해석이나 조절을 유보하고 모호함을 함께 견딜 때 가능하며[57], 이러한 태도는 Bion이 말한 negative capability를 임상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9]. 이 태도가 마련하는 개방된 심리적 공간에서 분석가와 환자는 기존 패턴을 반복하지 않는 새로운 관계적 리듬을 만들어내고, 이때 Ogden이 말한 analytic third가 형성된다[10]. 이러한 제3의 장은 정동·감각·관계적 움직임이 다시 조직될 수 있는 경험적 틀을 제공하며, 그 안에서 Stern이 말한 무형식 경험의 ‘함께 살아내기(living-with)’가 가능해진다[11]. 이는 Seed의 경직화된 조직 방식이 미세하게 변화하기 시작하는 핵심 순간이다.

이런 새로운 정동적 경험이 반복적으로 내면화되면서 Seed의 구조가 조금씩 다시 조직되고, 정동 폭이 넓어지고, 자기감의 연속성이 강화되며, 관계 가능성이 회복된다[58]. 결국 Seed 변형은 해석의 정확도보다 함께 견디는 경험이 더 큰 치료적 힘을 갖는 순간이며, 이 구조적 변화가 이후 Value의 자연 발생과 행동 변화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미가 크다.


Chapter 8. Value의 자연 발생과 ACT의 역할

Value의 발생(Seed 변형의 현상학)

Seed 변형 이후 나타나는 방향성은 인지적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경험적 생성물이다[60,61]. 이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어디로 향하고 싶은가’라는 살아 있는 움직임이자, Seed가 재조직되면서 회복되는 정동·관계적 유연성의 자연스러운 발아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아직 행동으로 실현되기 전의 초기적 형태이며, 존재감이 확장되면서 생기는 미세한 생동성의 흐름에 가깝다. 따라서 Value는 ACT에서 다루는 치료적 구성요소에 앞서, Seed 변형이 이루어졌을 때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경험적·현상학적 생성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Value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와 ACT의 임상적 역할

Value가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는 임상적 이유는 환자가 동기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Seed 구조가 여전히 생존 중심의 경직화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며[29], 바로 이 지점에서 ACT의 역할이 분명해진다. ACT의 핵심 기능은 Value를 외부에서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Seed 변형 이후 발아한 방향성이 회피·불안·관계적 제한에 의해 좌절되지 않도록 행동적 구조를 조정하는 데 있다[32,62]. ACT의 심리적 유연성, 수용, 현재 인식, 가치 기반 행동은 변형된 경험이 일상적 삶 속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지지하는 행동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결국 ACT는 Seed 변형 이후 등장한 ‘존재론적 방향성’을 실제 행동으로 번역해내는 필수적 파트너가 된다.


Chapter 9. General Discussion

Seed 모델은 경험 발생의 최기층을 하나의 임상 단위로 재정식화하려는 시도이며, 이를 통해 기존 정신분석 이론이 다루지 못했던 ‘경험의 최초 생성 조건’을 가시화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Seed는 Bion의 O[9], Ogden의 analytic third[10], Stern의 unformulated experience[11]처럼 전통적으로 분절적으로 다루어졌던 표상 이전적 층위를 발달적·관계적 언어로 통합해, 경험이 어떻게 발아하고 어떻게 굳어지며 어떤 조건에서 다시 변형될 수 있는지를 하나의 구조 안에서 설명한다[53]. 이러한 접근은 임상 현장에서 자주 목격되는 “이해는 하지만 행동이 바뀌지 않는 현상”의 원인을 Seed 경직화라는 깊은 층위에서 설명할 수 있게 해 준다[29]. 즉, 변화의 부재가 의지나 동기 부족 때문이 아니라 경험 생성 구조가 여전히 생존 기반 방식에 고착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관점은, 기존 해석 중심 모델과 다른 새로운 임상적 시각을 제공한다.

Seed 모델은 또한 Horney–Kohut–ACT를 단순한 이론 병렬이 아니라 경험 발생의 순서에 따라 배열함으로써, 이 세 이론 사이에 존재하던 ‘단절의 문제’를 해소하려 한다. Seed가 굳어진 패턴은 Horney의 기술이 설명하는 생존 전략의 표현이고[28], Seed 변형은 Kohut의 공감적 자기대상 조율을 통해 가능하며[30], 변형 이후 생겨나는 방향성은 ACT의 실천적 기술을 통해 삶 속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32]. 이러한 연결성은 통합 모델이 기법 중심이 아니라 경험 구조 중심의 흐름 위에서 구성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27]. 다시 말해, Horney는 Seed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알려주고, Kohut은 Seed가 ‘어떻게 변형되는가’를 설명하며, ACT는 변형된 Seed가 ‘어떻게 살아지는가’를 보여준다. 이 세 층위는 서로 대체 관계가 아니라, 발달적·경험적 연속선을 이루는 필수 구성요소다.

또한 Seed 모델은 ACT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가치(Value)가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는다”는 임상적 난점을 설명한다. 값이 떠오르지 않는 이유가 환자의 ‘동기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Seed 구조가 경직된 상태이기 때문에 방향성이 자연 발아하지 못한다는 점은[60], ACT 모델을 임상적으로 더욱 미세하게 구분해 적용하게 만든다[32]. 이는 행동치료와 정신분석 사이에서 흔히 발생하는 대립적 논의—정동과 관계를 중시할 것인가, 행동 변화를 우선할 것인가—를 ‘경험 발생 과정의 서로 다른 단계’라는 관점으로 재구성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러나 Seed 모델은 초기 개념 단계에 있으며, 변화 과정이 주로 정성적·경험적 서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제한점이 있다. Seed 변형의 경험적 순간은 명확하게 관찰되지만 측정과 검증이 어렵고[65], 이를 표준화된 프로토콜로 정교화하기 위해서는 체계적 사례 연구와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eed 모델은 임상가들이 이미 체감해 온 “변화가 일어나는 자리”를 보다 분명한 언어로 설명하며, 정동·관계·행동의 통합적 구조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기여를 한다.


Chapter 10. Conclusion

본 연구는 다양한 임상 현상 아래에 존재하는 보다 근원적인 경험 구조를 ‘Original Seed’라는 개념으로 재정식화하였다. Seed는 초기 조율 경험 속에서 형성되는 정동·감각·관계적 리듬의 발생 구조이며[24,25], 이 구조가 생존 중심 방식으로 경직화될 때 정동 협소화, 반복적 관계 패턴, 자기감의 취약성이 나타난다[15,28]. 이러한 관점은 많은 환자들이 인지적 이해나 통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동 변화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 구조의 경직화 때문임을 설명해준다[29].

Seed 모델의 핵심 기여는 변화가 일어나는 ‘자리’를 기존의 해석·인지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상호주관적·정동적·발생적 층위로 이동시켰다는 점에 있다. Seed 변형은 성급한 의미화가 아니라, 치료 장면에서 재현되는 조율 실패의 순간을 분석가가 환자와 함께 견디는 과정 속에서 일어나며[57], 이때 Bion의 negative capability[9], Ogden의 analytic third[10], Stern이 말한 unformulated experience의 공동-살아내기(living-with)[11]가 임상적으로 결합된다. 이러한 새로운 경험의 축적이 존재적 방향성(Value)의 자연 발아를 가능하게 한다[60,61].

또한 본 연구는 Horney–Kohut–ACT를 경험 발생의 층위에 따라 재배열함으로써, 이 세 이론이 경쟁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연속선 위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함을 밝힌다. Horney는 Seed 경직화가 임상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지도화하고[28], Kohut은 Seed 변형이 일어나기 위한 정동적 조건—공감적 자기대상 경험과 안정화—을 제공하며[30,31], ACT는 변형된 방향성이 회피와 불안으로 좌절되지 않고 행동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행동적 구조를 조정한다[32,62]. 이러한 통합은 정동·관계·행동을 하나의 임상적 흐름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치료적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향후 연구는 Seed 경직화와 변형 과정을 객관적 지표로 탐색하고[65], 다양한 임상군에서 Seed 기반 프로토콜의 효과를 비교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본 연구는 임상가들이 반복해서 마주하는 질문—“왜 사람은 알고도 변하지 않는가?”—에 대해, 경험 발생 구조의 가장 깊은 층위에서 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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