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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nstructing Narcissism: Omnipotent Excitement and the Organization of Fantasmatic Relations

  • Dec 27, 2025
  • 7 min read

초록 (Abstract)

저자는 자기애(narcissism)를 병리적 결함이나 성격적 왜곡으로 설명하는 기존 관점을 넘어, 자기 소멸의 위협 속에서 형성된 생존적 심리 조직으로 재개념화하고자 한다. 특히 자기애적 병리가 심화될수록 우울자리(depressive position)로의 진입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단순한 발달 지연이나 방어의 문제로 보지 않고, 대상 파괴와 자기 소멸에 대한 원초적 공포에 대한 반응으로 이해한다.

저자는 클라인(M. Klein)의 공격성 이론과 위니캇(D. W. Winnicott)의 대상 생존 개념, 그리고 로젠펠드(H. Rosenfeld)의 병리적 자기애 개념을 통합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자기애적 병리의 핵심 구조를 ‘전능적 흥분(omnipotent excitement)’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보고자 한다. 전능적 흥분은 공격성이 파괴로 향하지 않도록 재조직된 상태로, 자기 존재의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심리적 장치이다. 이는 쾌락 추구나 단순한 전능감이 아니라, 자기 소멸을 회피하기 위한 생존적 반응이다.

이러한 전능적 흥분은 관계의 파괴를 막는 동시에, 관계를 기능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즉, 타자는 제거되지 않으나 주체의 안정성을 보존하기 위한 도구적 존재로 재구성되며, 이로써 관계는 유지되되 상호성은 제한된다.

전능적 흥분의 해체는 관계적 안전이 확보될 때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치료적 관계에서 대상이 반복적으로 ‘살아남는’ 경험을 통해, 주체는 전능성에 의존하지 않고도 관계 안에 머무를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게 된다.


1. 자기애와 병리에 대한 개념적 전제: 자기애적 병리와 우울자리에서의 긴장 관계

저자가 논하고자 하는 작업적 정의로서의 자기애(narcissism)는 단순히 자기중심성이나 과대자기평가, 혹은 공감 능력의 결핍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기서의 자기애란, 자기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조직된 심리적 구조 전반을 가리킨다. 이러한 관점에서 모든 주체는 자기애적 구조를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논하고자 하는 문제는 자기애의 존재 여부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조직되고 유지되는가에 있다. 다시 말해 병리는 자기애가 자기 보존을 위해 지나치게 경직된 형태로 고착된 상태를 의미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자기애적 병리와 우울자리(depressive position)의 관계가 중요해진다. 자기애적 병리가 심화될수록 우울자리로의 진입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우울자리가 요구하는 심리적 작업 자체가 주체에게 존재론적 위협(ontological threat) 으로 경험되기 때문이다.



2. 공격성에 의한 대상 파괴와 자기 소멸의 위협

자기애적 병리의 핵심에는 공격성(aggression)에 대한 특수한 경험 방식이 놓여 있다. 클라인(Melanie Klein)에 따르면 공격성은 단순한 충동이나 외현적 적대성이 아니라, 환상적 차원에서 대상과 자기 내부를 동시에 위협하는 힘이다. 유아는 자신의 공격적 환상이 외부 대상을 파괴할 수 있다고 느끼는 동시에, 그 대상이 자기 내부에 내재화되어 있다는 사실 또한 경험한다. 이 때 공격성은 외부 대상을 향한 충동이면서 동시에 자기 내부에 내재된 대상 표상을 파괴하는 힘이다. 따라서 “내가 너를 파괴했다”는 환상은 곧 자기 내부의 생명 유지 대상을 파괴했다는 경험으로 전환되며, 이는 단순한 죄책감을 넘어 자기 소멸에 대한 공포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자기애적 주체에게 공격성은 표현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위험으로 경험된다.

다시 말해 자기애적 주체에게 우울자리는 통합의 장이 아니라, 자기 소멸이 현실화될 수 있는 지점으로 경험될 수 있다. 그러므로 주체는 우울자리를 견디기보다는, 그 진입 자체를 회피하게 된다. 이것은 자기 존재를 보존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3. 전능적 흥분(Omnipotent Excitement): 자기소멸을 회피하기 위한 방어적 조직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기애적 주체의 공격성은 직접적으로 표현되기보다는, 자기 붕괴를 피할 수 있는 방식으로의 변형을 필요로 한다. 이 변형의 핵심에 위치하는 것이 바로 전능적 흥분(omnipotent excitement)이다.

전능적 통제가 불안을 억제하는 조절 양식에 가깝다면, 전능적 흥분은 공격성과 생존 욕구가 결합된 '조절된 각성 상태'로서, 관계를 완전히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능을 한다. 이 때 공격성은 파괴를 향해 직접적으로 방출되지 않고, 지배(dominance), 통제(control), 우월성(superiority)의 형태로 전환된다.

이때 핵심적인 변화는 공격의 대상이 파괴되지 않으면서도 주체보다 우위에 서지 못하도록 구조화된다는 점이다. 대상은 제거되지 않으며, 오히려 지속적으로 관계 안에 남아 있다. 그러나 그 관계는 상호적인 만남이 아니라, 주체의 전능성을 반사하는 기능적 관계로 재편된다. 대상은 살아 있으되, 자기 주체성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고, 주체의 자기 안정성을 지탱하는 도구로 위치 지어진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주체는 다음과 같은 역설적 상태에 놓인다. 그는 타자에게 의존하지만, 동시에 타자가 자신보다 강해지거나 독립적인 존재로 경험되는 것은 견딜 수 없다. 따라서 타자는 살아 있어야 하지만, 결코 주체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 이 긴장은 전능적 흥분이라는 형태로 유지된다. 주체는 타자를 지배하고 반응하게 만들면서, 그 반응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중요한 점은, 이 구조가 단순한 전능감이나 자기과대적 환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능적 흥분은 차라리 자기 붕괴를 막기 위한 정교한 조절 장치이며, 공격성이 자기 자신을 파괴하지 않도록 방향을 바꾼 결과이다. 다시 말해, 이는 자기애적 주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공격성을 ‘살려두는’ 방식이다.

자기애적 주체는 이 구조를 통해 안전한 자기감을 유지한다. 그러나 그 대가로 관계는 상호성을 잃고, 타자는 주체의 내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기능적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4. 전능적 흥분과 관계의 왜곡: 타자의 기능화

전능적 흥분이 조직화되는 순간, 타자는 더 이상 독립된 욕망과 내적 세계를 지닌 존재로 경험되지 않으며, 주체의 정서 조절과 자기 영속성을 유지하는 도구적 대상(object)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기능화는 단순한 대상화(objectification)와는 구별된다. 대상화가 타자를 단순한 물건이나 수단으로 환원하는 것이라면, 기능화는 타자를 ‘살아 있는 채로’ 유지하면서도 그 살아 있음이 오직 주체의 안정성을 보조하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타자는 살아 있으되 스스로의 삶을 갖지 못하며, 주체의 심리적 평형을 유지하는 장치로서만 존재한다.

이 구조 속에서 타자의 반응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것은 상호적인 반응이 아니라, 주체의 전능성을 반사하고 확인시켜 주기 위해 필요한 반응이다. 타자는 주체의 욕망에 반응함으로써 주체가 여전히 영향력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해 주는 역할을 하며, 그 반응의 강도와 형태는 주체의 불안을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관계 왜곡이 단순한 권력욕이나 지배욕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자기애적 주체가 경험하는 존재론적 불안을 관리하기 위한 생존적 적응이다. 타자를 완전히 제거하면 자기 소멸의 공포가 증폭되고, 반대로 타자가 완전히 자율적 존재로 다가오면 동일한 공포가 다시 활성화된다. 따라서 타자는 “살아 있으나 위협적이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어야 하며, 이것이 바로 기능화된 관계의 핵심이다.

이와 같은 관계 구조에서는 진정한 상호성이 발생하기 어렵다. 타자는 관계의 주체라기보다, 주체의 내적 균형을 지탱하는 장치로만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관계는 지속되지만 변화하지 않으며, 상호적 성장보다는 안정적 반복만이 강조된다. 이는 주체가 타자와 함께 변화하는 대신, 변화를 차단함으로써 자기 동일성을 보존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타자는 주체를 변화시키지 못하며, 주체 또한 타자에 의해 변형될 수 없다. 따라서 관계는 유지되지만, 상호 주체성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태는 안정적이지만 정체된 관계이며, 바로 이 지점에서 자기애적 병리는 주체와 객체간의 진정한 상호작용을 봉쇄하는 형태로 고착된다.


5. 자기대상화(selfobjectification)와 관계의 내면화

전능적 흥분이 관계의 외적 구조를 변형시키는 방식이라면, 자기대상화(selfobjectification)는 그 구조가 주체의 내면에 고착되는 양상이라 할 수 있다. 즉, 전능적 흥분이 타자를 기능화하는 외적 관계의 조직 원리라면, 자기대상화는 그러한 관계 양식이 주체의 내적 세계 안으로 내면화되는 과정이다.

앞서 논의했듯이, 전능적 흥분 속에서 타자는 살아 있으되 주체의 안정과 연속성을 보장하는 기능적 존재로 경험된다. 이러한 관계가 반복될수록, 주체는 점차 외부 대상과의 실제적 상호작용보다, 자신의 내적 표상 속에서 구성된 대상과의 관계를 더 안전한 관계 양식으로 내면화하게 된다. 이때 형성되는 관계는 진정한 의미의 상호주체적 관계라기보다, 자기 안정화를 위해 조직된 자기대상적 관계에 가깝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자기대상(selfobject)은 코헛(Kohut)이 말한 발달적 자기대상과는 다르다. 여기에서 말하는 자기대상화는, 아직 타자의 자율성이 충분히 승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형성된 관계 구조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타자는 외부에 실재하지만 주체의 경험 속에서는 독립된 타자가 아니라 자기 조절을 위해 기능하는 심리적 장치로 작동한다.

이러한 자기대상화는 주체에게 중요한 심리적 이점을 제공한다. 외부 세계의 예측 불가능성과 관계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관계의 불확실성을 내부에서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안정성은 대가를 동반한다. 자기대상화된 관계에서는 상호 변형의 가능성을 상실한다. 타자는 주체를 변화시키는 존재가 아니라, 주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때 관계는 유지되지만, 관계를 통해 새로운 의미가 생성되지는 않는다.

또한 이러한 상태는 주체로 하여금 외부 관계에 대한 욕구를 제한된 방식으로만 경험하게 한다. 관계는 필요하지만 위험하며, 친밀함은 원하지만 그것이 가져올 변화는 견딜 수 없다. 따라서 주체는 타자를 욕망하면서도 동시에 통제하려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이 긴장은 전능적 흥분을 통해 조절되며, 주체는 관계를 완전히 상실하지 않으면서도 관계가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하도록 방어한다.


6. 전능적 흥분의 해체와 관계의 재구성

전능적 흥분은 자기애적 주체가 자기 소멸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형성한 방어적 조직이다. 따라서 전능적 흥분의 해체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위기를 동반하며, 성급한 해체는 오히려 주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전능적 흥분이 완화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경험이 반복적으로 축적되어야 한다. 이는 해석이나 통찰 이전에, 관계적 안전(relational safety)이 충분히 확보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해, 주체가 자신의 공격성과 의존성이 드러나더라도 관계가 파괴되지 않는다는 경험이 반복적으로 제공될 때에만, 전능적 흥분은 점차 그 필요성을 잃는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전환점은 ‘대상의 생존(survival of the object)’에 대한 실제적 경험이다. 위니캇이 말한 것처럼, 대상은 공격을 견디고도 붕괴되지 않으며, 동시에 복수나 철회로 대응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험은 주체로 하여금 처음으로 다음과 같은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내가 파괴적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는 무너지지 않는다.”

전능적 흥분이 약화되기 시작하면, 주체는 더 이상 타자를 통제함으로써 자신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가능성을 감지하게 된다. 이때 관계는 기능적 장치에서 점차 상호적 공간으로 이동한다. 타자는 더 이상 주체의 안정성을 보증하는 도구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하지만 살아 있는 존재로 경험되기 시작한다.

이 전환은 결코 일방향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불안정하고 반복적인 후퇴를 동반한다. 전능적 흥분은 완전히 사라지기보다는, 관계가 위협적으로 느껴질 때마다 재등장한다. 그러나 중요한 변화는, 주체가 이 반복을 “붕괴”가 아니라 “과정”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즉, 붕괴는 더 이상 절대적인 종말이 아니라, 다시 관계로 돌아올 수 있는 하나의 국면이 된다.

이러한 변화는 자기대상화의 양상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이전에는 타자가 주체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능적 장치로만 존재했다면, 이제 타자는 부분적으로나마 자신의 욕망과 한계를 지닌 타자로 경험된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것은, 주체가 더 이상 전능적 흥분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불안을 견딜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공격성과 의존성, 욕망과 좌절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음을 경험하면서, 주체는 점차 자기 파괴와 관계 붕괴를 동일시하지 않게 된다. 이는 곧 우울자리의 핵심 과제—사랑과 공격성의 공존—을 부분적으로나마 감내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결국 전능적 흥분의 해체는 관계에 대한 새로운 내적 조직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이는 자기애적 주체가 더 이상 “살아남기 위해 관계를 통제해야 하는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관계 안에서 흔들리면서도 살아 있을 수 있는 존재”로 이동하는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전환은 완결된 상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갱신되는 과정이며, 치료적 관계는 그 과정을 지탱하는 핵심이 된다.


7. 자기애의 재구성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기애적 주체는 공격성을 단순한 충동으로 경험하지 않는다. 공격성은 대상 파괴를 넘어 자기 자신을 위협하는 힘으로 체험되며, 이로 인해 우울자리(depressive position)는 성숙의 단계라기보다 존재론적 위험 지대로 경험된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주체는 공격성을 직접 표현하기보다는, 전능적 흥분(omnipotent excitement)이라는 형태로 전환함으로써 대상과 자기 붕괴를 회피한다.

전능적 흥분은 자기애적 병리의 핵심적인 방어이자, 동시에 자기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욕구이다. 이는 단순한 과대자기평가나 지배 욕구가 아니라, 타자를 완전히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정교한 심리적 장치이다. 이 과정에서 타자는 제거되지 않지만 기능화되며, 관계는 유지되되 상호성은 제한된다. 즉, 주체는 타자와 관계를 맺되, 그 관계가 자신을 위협하지 않도록 통제한다. 또한 이러한 구조는 자기대상화(selfobjectification)라는 형태로 내면화되며, 주체는 점차 실제 타자와의 관계보다 자신이 구성한 관계 구조 안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게 된다. 이때 관계는 살아 있으나 변형되지 않으며, 타자는 주체의 자기조절을 위한 장치로 기능한다.

전능적 흥분은 관계적 안전이 확보될 때 비로소 그 필요성을 잃는다. 치료적 관계에서 대상이 반복적으로 살아남고, 주체의 공격성과 의존성을 견디며, 붕괴되지 않는 경험이 축적될 때, 주체는 점차 전능성에 의존하지 않고도 관계 속에 머무를 수 있게 된다.

주체는 더 이상 “내가 통제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공포에 의해 관계를 유지하지 않고, 불확실성과 상호성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한다. 이 때의 자기애는 더 이상 병리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자신을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는 역량으로 전환된다.

요컨대, 자기애의 재구성이란 전능성에 의존하지 않아도 맺어질 수 있는 관계의 발견이다. 이는 자기애의 발현을 병리로만 보지 않고, 관계를 향한 잠재적 가능성으로 다시 읽게 하는 하나의 이론적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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