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GPT 채팅 기술이 정신분석가의 역할을 대체하는 시대가 열린다? : 이 질문을 통해 고찰한 현대 정신분석이 나아갈 길.
- Changhun Lee

- 7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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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훈 2023-07-23
1. GPT 기술을 활용한 챗봇(채팅 로봇)에 대한 논의는 2020년 이후 전세계인들을 가장 흥분하게 하는 주제 중에 하나이다.
2. GPT 기술은 인공지능 컴퓨터가 온라인 상에 존재하는 수집 가능한 모든 정보를 딥러닝하여 사용자의 요구에 최적합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게끔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정보나 지식에 기반한 문제 해결을 위한 질문에는 현재의 GPT 챗봇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답을 내놓고 있다. GPT 개발 회사인 openai.com에서 제공하는 챗봇에게 요구를 하고 그것이 답하는 것을 읽고 있으면 마치 저 멀리 어딘 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아주 똑똑한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사람과 대화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는 말이다. 실제로 최신 버전인 GPT-3R이 이전 GPT-3과의 차별점은 사람처럼 대화한다는 것이다. 그전의 ‘기계’스러움을 벗어나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는 반응방식을 습득했다고한다. 그렇다면 정보나 지식에 기반한 문제 해결만이 아닌, 인간의 감정과 무의식에 기반한 문제까지도 GPT 챗봇이 적절한 혹은 최적의 답을 할수 있을 만큼 기술이 발전될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GPT 챗봇이 정신분석가의 역할을 어느 정도는 대체할 수 있는 때가 오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운 질문이 저자의 마음 속에 생긴다. 저자는 이에 대해 논의해보려고 한다.
3. 우선 GPT 챗봇의 원리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매우 간단하게 GPT 기술의 원리를 설명해보면, 이 기술은 수집한 모든 정보를 딥러딩한 후 사용자의 요구에 대해 가장 확률적으로 적합한 답을 하는 것이다.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확률적으로 적합한 답을 하는 것이므로, 수집한 정보에 따라답이 달라질 수 있고, 수집한 정보 중에서 가장 적합할 확률이 높은 답을 하게 된다.
A. 여기에서 GPT 기술이 미래의 정신분석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해 내가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첫번째 이유가 설명된다. GPT 챗봇은 개개인의 특별한 경험과 상황에 맞추어 반응할 수는 없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려면 한 개인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추가로 입력하고 딥러딩을 시킨, 각 개인에게 개별화된 GPT가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각 개인의 방대한 정보는 결국 개인 각자가 입력해야 할 것이고, 그것을 딥러딩 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그 비용은 분석가에게 지불하는 비용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수십년 이후에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딥러딩에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게 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분석치료를 필요로하는 환자가 자신의 정보를 컴퓨터에 일일이 입력할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렵다.
B. 두번째는 모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제기하는 한계점이다. 인간의 감정을 학습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인간의 감정적 반응을 확률적으로 학습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물론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이 들것이다) 인간의 무의식적 심리과정을 어떻게 학습시킬 수 있는가? 이것은 교육분석가들조차도 분석훈련생들에게 교육하는데 한계가 있고 매우 힘든 과정이다. 이 교육 과정에 대한 정신분석학의 연구도 충분하지 않으며 여전히 연구되어야 하는 분야이다.
C. 세번째 부정적 예상이 되는 이유는, 확률적으로 최적합한 답을 하기 때문이다. 기계의 확률이란 가장 흔하고, 가장 일반적이고, 가장 평범한답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정신분석 과정에서 분석가의 반응이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순간, 다시 말해 환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순간은 분석가의 반응이 합리적이면서도 환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보일 때이다. 이런 순간에 환자의 기존의 심리적 현실은 평형이 깨지고 새로운 관점이 열리게 된다. 그러나 GPT 챗봇은 확률적으로 최적합한 답을 하기에 바로 그 환자만의 마음에 최적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D. 네번째는 정신분석의 역사에서 점차 환자와 치료자의 상호관계와 치료자의 역전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과 연관된 이유이다. 현대 정신분석은 환자의 마음만을 거울처럼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분석가와 환자의 상호관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고, 새로운 서사와 의미를 창조하며, 분석가의 역전이를 세심하고 깊이 자가-분석하여 이를 환자의 무의식을 이해하는데 활용한다. 분석가 자신 또한 분석가의 마음속에서 분석의 대상이 되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을 분석하는 GPT 챗봇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그 이전에 무의식과 감정을가지는 GPT 챗봇이 가능한 걸까? 많은 SF 영화 (Bicentennial men, Her, AI 등)에서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감정을 가지게 되어서 사람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서사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한 감정인지, 인간의 감정에 가장 확률적으로 최적합하게 반응하는것인지 그것을 구별할 수 있을까? 환자가 챗봇에게 진정한 신뢰와 의지를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챗봇과의 치료관계를 통해 진정한 헤어짐, 독립을 원할 수 있게 될 수 있는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이다.
4.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GPT 챗봇이 분석가 혹은 심리상담사의 역할을 대신할 경우 큰 한계점이 있지만, 무시 못할 장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개개인에 맞춰진 것이 아닌 일반적인 GPT를 활용한다면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환자들이 일반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정신분석이 아니라, 지지정신치료나 인지치료는 어쩌면 GPT 챗봇이 어느 정도는 대신 할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지역사회나 국가의 정신보건 관리 차원에서 일차적인 예방 및 치료 접근법으로 고려할 수 있다. 또 GPT 챗봇이 감정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 환자의 도발과 공격에도 감정적인 손상을입고 반사적인 반응을 하지 않기에, 어떤 면에서는 안전하고 일관적인 태도로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면도 꼭 장점만 아니다. 기계적으로 일관된 태도는 환자에게 거절감과 무력감, 단절감을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장점은 치료전문가를 찾기 힘든 지역의 환자들에게도 차선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5. GPT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하게 되는 것처럼, 우리 분석가들에게도 그런 질문이 필요해졌다. 이 논의를 통해 현대와 미래의 정신분석가에게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더 깊이 성찰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앞으로의 정신분석은 점점 더 각각 환자에게 특수하고 구체적인 서사를 함께 창조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고, 환자 삶에 자신만의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과정이 될 것이다. 우리 정신분석가들은 이렇게 개별화되어가는 정신분석에서 공통된 가치와 근본적인 개념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하는질문에 답할 준비를 해야 한다. 즉, 과거와 현재, 미래, 또 전통과 혁신을 어떻게 통합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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